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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들은 우당 이회영선생의 순국 78주기를 맞아 선생의 숭고한 애국충정을 기리고, 그 유지를 받들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국권회복을 위하여 헌신하시다가 조국광복을 보지 못하고 이역만리 이국땅에서 순국하신 선생님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너무나 풍족한 물질문명를 누립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이 누리는 이 풍요와 평화가 어르신들이 흘린 피와 눈물의 결과임을 잊고 삽니다. 안중근 의사 등을 이야기하면 내과의사냐, 외과의사냐를 묻는 청소년들이 있을만큼 조국광복을 위해 애쓰신 어르신들에 대한 공부도, 되새김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

 저는 유난히 의병과 독립유공자가 많은 충청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덕분에 어르신들의 업적을 전해들으며 일제의 잔혹한 식민지 통치에서, 경찰과 헌병을 앞세운 폭력적 탄압에서 불굴의 의지로 투쟁해온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항상 마음속에 새겨왔습니다. 또한 100년 전 경술국치를 당하여 국권이 상실되자, 우당과 성재선생 일가족이 삼한갑족으로서의 모든 기득권과 영예를 과감히 버리고, 6형제, 전 가족이 전 재산을 정리하여 고난의 망명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피란만장한 현대사에 가리워져 있다 최근에야 학계의 연구를 통하여, 그리고 지난 8월에는 방송을 통하여 「자유인 이회영」에 대하여 약간 소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당선생께서는 우리 민족이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일본의 강압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 우리 국민들에게 불굴의 독립의지와 광복의 희망을 심어준 애국혼의 상징이셨습니다.

 망명지 만주에 무장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기 위하여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 설립을 주도하고, 민족교육과 독립군 지도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피신 우당선생이야말로 우리 역사가운데 노블리스 오블리즈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국가가 위난을 당할 때 지도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해주십니다. 그분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운동이 현재 전개되고 있음은 매우 적절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귀빈 여러분 !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저는 최근 우당 기념사업회로부터 우당선생에 관한 자료들을 얻어서 읽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하여 싸우신 분들은 독립투쟁 그 자체도 어려웠음에도 독립이후의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로 발전하야야 하는가? 란 문제에 대하여 수없이 고민해 왔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중근의사는 ‘동양평화론’을 주장하셨고, 김구선생은 ‘문화국가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조소앙선생은 ‘삼균주의’를 주창하셨고, 김규식선생은 ‘중립화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당선생이 ‘자유협동체론’을 제시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당선생은 강력한 국가주의적 중앙집권체제는 패권국가로 나가게 되고, 패권주의는 필연적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는 성향으로 발전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진정한 백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배척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에게 대폭 권한을 위임하고, 지방이 풍요로운 가운데 지역연합주의 노선을 지향하고, 지방과 인접국가 지방간에 평화롭게 교류하고 선린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평화로운 국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100여년 전에 “세계화 시대”의 기본철학을 제시한 것이며, 유럽 국가들이 요즘 실현하고 있는 유럽공동체의 모형을 우당선생과 그 시대의 동지들은 이미 추구했고, 우리의 이상적인 미래상으로 분권적인 자유협동주의를 구상한 것입니다.

 내빈여러분!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가 점점 성숙되어 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정착함에 따라 선생의 사상과 노선을 재조명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으로, 희미하게나마 선생의 업적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선생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독립운동과정에서 선인들이 나라 찾는 투쟁만 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찾은 후, 어떤 미래상을 꿈꾸었던가? 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외국인으로 우리 항일독립운동에 몸바쳐 헌신하시고, 기미년 독립선언에서 민족대표 33인 외, 서른네번째 대표로 꼽히시는 고 스코필드박사를 만나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분의 신념과 불굴의 행동을 존경하며 그분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인연과 은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회영 선생같은 분의 추모 사업이 절실함을 느끼며 오늘, 망명 100주년, 순국 78주기를 맞아 “추모의 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선생의 업적을 국민적인 교훈으로 삼고, 지도자의 표상으로 배우기 위하여 우리교육에도 반영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당선생의 위국헌신의 정신을 되살려 국가선진화를 위한 실천적 방약으로 삼아야 합니다.

 오늘 선생의 순국 78주기 추모의 날을 맞아, 선생의 헌신적인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고 국가선진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새로운 결의와 각오로 다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우당 이회영선생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10년 11월 17일

전 국무총리 정 운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