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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5년 우당선생 순국73주기 추모행사(홍일식 회장 기념사)
작성자   
woodang
[ 2005-11-18 17:42:46 ]    
滿堂하신 귀빈여러분 !
 항상 존경해 마지않는 애국동지 여러분 !
 그리고 거룩하신 순국선열 유가족 여러분 !

 오늘 우리는 만고의 애국지사이시며 겨레의 영원한 사표이신
우당 이회영 선생의 순국 73주기를 맞아, 다시금 선생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이어 받고자 이처럼 모였습니다.

 지난 2003년 11월 5일, 저는 본 기념사업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저의 소회의 일단을 이렇게 피력한 바 있습니다. 금후에 우리는 선생의 묻힌 공적을 찾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선생께서 생전에 무슨 일을 얼마나 하셨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얼마나 생각하셨느냐 하는 것이 더욱 귀중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께서 순국하시던 그 순간까지, 그처럼 염원하셨고, 또 지금도 저 하늘에서 간절히 바라고 계시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이겠습니까. 분명 지금과 같은 이런 모습의 우리는 아닐 것입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아직도 온 겨레가 화합된 통일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복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난날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님들의 공적조차 미쳐 다 발굴 · 현양하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작금에 와서 갑자기 “과거사 청산”이라는 명분아래 식민지 시대에 국내에서 시달리던 대부분의 지식인들을 친일파, 반민족주의자로 몰아서 매도하고, 그 자손들에게까지 등을 돌리려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애국동지 여러분 !

우당 선생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시다면 오늘의 이 과거사 청산문제를 어떻게 하라고 하시겠습니까. 저는 먼저, 선생께서 우리의 고국산천과 동포들을 뒤로하고 망명길을 떠나실 때에 심경을 감히 이렇게 헤아려 봅니다.

 만백성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구나. 누백년 국은을 투텁게 입고 살아온 사대부로서 이제 우리의 잘못으로 나라를 빼앗겼으니 이로 인해 온 국민이 당하는 수모와 고통이 오죽하겠느냐? 이것이 모두 나처럼 배운사람, 가진사람, 나라를 다스리던 사람들의 탓이다. 이제 죄 없는 백성을 이처럼 무책임하게 버리고 떠난다고 욕을 해도 할말이 없구나. 하지만 참고 견뎌 다오, 반드시 조국을 되찾고 돌아와서 그네들의 설음과 고통을 달래주리라. 제발 죽지만 말고 살아 있어 다오·····

 비단 우당선생 뿐 아니라, 당시 국외로 망명을 떠나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대개 이러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마다의 민족적 시대의지, 또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이것을 그때 그때 민족적 절대 명제, 혹은 최고가치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제 식민지시대에 우리에게 그 절대 명제는 어떤 것이겠습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일제를 향한 식민지 해방투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시 세계 문명사의 대조류인 근대화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민족적 시대의지요 절대명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근대화에 실패하고 낙오자가 된 것이 바로 우리가 식민지로 전락한 근본 원인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일본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타도해야 할 제1의 적인 동시에, 또한 배우고 따라잡지 않을 수 없는 근대화의 선진국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모순된 갈등구조를 극복 · 지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그 시대 우리의 역사적 상황 논리였으며, 우리의 지성이 해결하고 뛰어넘어야 할 최대의 과제였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우리는 맹렬한 식민지 해방투쟁과 함께, 비록 제한된 여건 속에서나마 근대화 산업화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날 우리의 선인들은 이 어려운 이중적 갈등구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광복과 함께 오늘과 같은 근대국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식민지 해방투쟁사는 해외 망명투사들과 국내 지식인이 절묘하게 그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광복과 더불어 동시에 근대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인류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지난날의 식민지시대를 수치와 오욕의 역사, 부끄러운 암흑의 역사로 볼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민족항쟁의 역사, 끈질긴 고난극복의 역사,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운 승리의 역사로  새롭게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저는 지금도, 우당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선열들께서 생각하시고 바라시는 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감히 추론해 봅니다. 뿐만 아니라 인자는 무적(仁者無敵)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긴자, 강한자, 큰사람의 금도(襟度)가 또한 이런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비록 이러한 상황 논리와 역할 분담론을 십분 감안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식민지 시대에 개인의 영화를 위해 적에게 붙어 동족을 괴롭힌 크고 분명한 반역사적, 반민족적 행위만은 마땅히 응징 · 매도되어야 합니다.

 이제 오늘의 우리 모두는 과거의 증인으로 눌러앉아 있기보다 언제나 미래를 향한 창조의 주역으로 발돋움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당장 우리 앞에 놓인 통일 민족국가 건설이라는 과제를 성취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적 대화합이 선결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누구보다도 식민지 해방투쟁에 헌신했던 순국선열과 그 유족이 앞장서서 모든 것을 용서하고 포용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느 국민이 있어서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당선생 73주기를 맞아 외람되이 선생의 뜻을 감히 이처럼 유추해 보았습니다마는, 미진한 점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러 애국동지들의 고견을 수렴하여 더욱 정진해 갈 것을 다짐합니다.

 끝으로 공 · 사 다망하신 가운데 이처럼 귀한 시간을 내시어 왕림해주신 내빈 여러분과, 언제나 뜻을 같이 하시어 우당장학회와 본 기념사업회를 이끌어 주시는 유지 여러분께, 그리고 늘 실무를 맡아 애쓰시는 본회 윤홍묵 상임이사를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아울러 시종이 여일하게 말없이 지극한 효성으로, 또 나라와 겨레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사명감으로 본회의 어려운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주시는 우당선생의 영손(令孫) 이종찬 관장님과, 영손부 윤장순 이사장님, 그리고 역시 영손되시는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유족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1월 16일

                                                                 友 堂 紀 念 事 業 會
                                                                 會 長        洪   一 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