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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일보 -백년동안의 침묵 이회영편<도서>
작성자   
woodang
[ 2011-10-17 20:00:51 ]    
항일 투쟁 씨앗 뿌린 선각자 이회영<세계일보>
재상 10명 배출한 조선 최고의 명문가
망한 조선 되찾기 위해 온몸으로 실천

박정선 지음/푸른사상/1만5000원
백년 동안의 침묵―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독립운동가 이회영/박정선 지음/푸른사상/1만5000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다. 이른바 ‘형님예산’으로 통칭되는 한국 권력층의 전횡이 적지 않은 실정이고, 지도층의 도덕적인 해이가 다반사인 지금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용어는 한낱 사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시조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정선 작가가 우당 이회영의 가문 이야기를 쓴 논픽션 소설이 나왔다.

그의 집안은 망한 조선을 되찾기 위해 온 몸으로 실천한 명문가문이었다. 우당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압록강까지 수행한 뒤 선조가 도강하지 못하도록 충언해 나라를 지킨 백사(白沙) 이항복의 11대손이며, 재상만도 10명을 배출한 조선 최고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고 은사금을 받은 명망 있는 가문은 흔했으나 우당 집안 같은 명문가문은 드물었다.

우당은 6형제 중 넷째다. 위로 건영·석영·철영이 있었고 아래로 시영(초대 부통령)·호영이 있었다. 우당의 형제들은 흔쾌히 우당의 말을 따르는 게 명문가의 도리라고 여겼다. 당시 일제는 양반들에게 작위를 내리고 막대한 은사금을 주면서 ‘독립운동은 상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선전했다. 독립운동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교묘한 책략이었다.


우당의 부인 이은숙 여사는 자서전 ‘서간도시종기’에서 “여러 형제분이 비밀리에 전답과 가옥·부동산을 방매(放賣)하는데 여러 집이 일시에 방매하느라 급매하다 보니 제값도 받을 수 없었다”고 썼다. 한 달가량 걸려 가산을 정리해 마련한 돈은 40여만원. 당시 3원이던 쌀 한 섬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금 돈으로 대략 600억원. 우당의 재산 가운데 서울 명동 YWCA 부근 집은 육당 최남선에게 넘겨졌다. 평소 우당은 육당을 친아들처럼 여겼고 집안의 고서를 몽땅 육당에게 전수했다고 한다.

우당의 6형제와 가솔 60여명이 10여대의 삼두마차를 타고 이른 새벽 서울을 떠나 북쪽으로 향한 행렬은 실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우당의 만주에서의 활동은 향후 30여년간 펼쳐지는 만주 독립운동의 씨앗이 됐다. 우당의 형제들과 이동녕, 신채호 등과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10년 동안 3500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은 향후 독립군·광복군 등 무장독립운동의 전위부대를 형성했다. 저자는 신흥무관학교가 없었다면 청산리전투, 봉오동전투 등 숱한 항일무장투쟁의 주역이 된 군관들을 배출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우당은 선각자였다. 이상설·전덕기와 헤이그 특사 파견을 고종에게 주청해 성사시켰고, 1919년 고종의 베이징 망명을 추진했으나 고종의 급서로 중단하고 말았다. 중국 혁명작가 루쉰과도 국제아나키스트 운동을 매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우당 이회영 등 독립지사들이 중국 길림성 통화현 합니하, 즉 서간도 복판에 세운 신흥무관학교의 옛터 모습. 신흥무관학교는 만주의 독립운동의 기지였으며 수많은 독립군 군관들을 길러낸 곳이다.
소설 가운데 여순감옥에 수감 중인 단재 신채호를 면회한 뒤 짧은 시간의 회포를 풀었던 장면은 읽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우당 자신도 1932년 대련으로 가는 연락선에 승선했다가 임정 내부에 숨어든 밀정의 밀고로 붙잡혀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고 말았다. 우당의 형제들 가운데 이승만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성재 이시영만이 살아서 조국광복을 맞을 수 있었다.

저자는 우당의 소설을 쓰면서 명문가문은 시대적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려고 했다. 월남 이상재는 이회영 일가의 망명에 대해 “6형제의 절의는 참으로 백세청풍(百世淸風)이 될 것이니 우리 동포의 가장 좋은 모범이 되리라”라고 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우당의 친손자다.

2011. 10. 15 세계일보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